JTBC에서 한 단막극 드라마.
대사들이 하나하나 마음에 박히고 색감, 분위기 또한 취저!
오래도록 두고 보고 싶어서 직접 타이핑했다.
(이 장면 나올 때 연애하고 싶었다ㅠ_ㅠ)
- 해준아 난 안 늙을 거다
이렇게 물기 나는 채로 평생 살 거다
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그치?
- 풍경 가득 푸른 잎이 출렁이고 시원한 소나기가 쏟아진 뒤 찌는 듯한 더위
매미 소리 귀가 따가울 쯤 무너질 듯 폭풍우 오고 나면 어느새 코끝 찡한 바람이 솔솔
너는 나와 함께 했던 시간 내내 어서 내가 지나가 주길 성큼 다음 계절이 다가와 주길 바라고 바랐겠지만
이것 봐 나는 그리 길지 않아 이렇게 찰나인걸
- 제가 주제 넘지만 그 쪽한테 충고 하나만 하자면요
오제훈씨 인생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 도통 모르겠지만요
전요, 외로워요
외로와서 누가 내 이름 한번만 불러줘도 울컥해져요
밥 먹었냐는 그 흔한 인사에도 따뜻해져요
스치기만 해도 움찔하고 마주 보기만 해도 뜨끔하고
그러다 떠나버리면 말도 못하게 시려요
그런 저한테, 그리고 그 쪽이 연락을 주고받는 수많은 여자들한테 이런 짓 하지 말아주세요
당신이 한번 실패한 뒤에 무엇도 가지려고 들지 않는다는 거 저도 알고 있어요
그치만 왜, 실패를 나아가는 성장판으로 삼지 않는 거죠?
저는요 어릴때 잠깐 만났던 남자한테선
마음 감추고 내숭만 떨면 아무도 내 진심 몰라준다는 걸 배웠구요
스무살때 지겹게 싸워댔던 남자친구한테선 헤어지잔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걸 배웠어요
그리고 가장 오래 만났던 남자한테선 내 욕심 때문에 상대의 진심을 짓밟으면 벌 받는다는걸 깨달았어요
그 외에도 비오는 날은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은건지, 와인은 어떤게 비싸고 맛있는 건지,
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뭐고, 티셔츠의 핏은 어떻게 입는 것이 좋은지조차
다, 모두 다 내 지난 연애를 통해 배웠어요.
그리고 그 쪽을 포함한 날 간만 보고 도망친 수많은 남자들한테선요
내가 상처받지 않게 치는 울타리가 다른 사람한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
그런데 왜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결혼도 해본 오제훈 씨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거죠?
- 장례식이 우습고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여름.
외국에서는 장례식이 엄청 유쾌하대 그 사람 좋은 곳으로 가라고 보내주는 의미가 있어서 다들 웃고 즐긴대
" 안녕! 잘가세요, 한여름양. 가서 행복하세요. "
- 엄청 빛났던 것 같은데 단숨에 초라해졌어
꼭 누가 불끄고 가버린 것 같아
분명 사방이 빛이었던 한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
(구남친들에게)
고맙습니다. 이렇게 별거 아닌 저를 잠시나마 빛나게 해준 당신, 감사합니다.
- 헤어지자는 소리 함부로 하지마 너 그게 무슨 소린지는 알아?
그건 죽을 때까지 다신 보지 말자는 뜻이야
그러니까 니가 헤어져 하는 그 순간, 난 너한테 죽은 사람 되는 거라구
너도 나한테 그런 사람 되는 거고
사람이 사람 죽이는 일을 그렇게 쉽게 해서 쓰겠니?
- 난 지금의 내가 너무 거지 같아서
누군가한테 사랑받았던 일들이 전부
꿈같아.
-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
당신이 구겨서 버린 편지 속에
두 갈래로 찢겨진 사진 속에
평생 열지 않을 상자 속에
서랍의 끄트머리와 삭제된 메일함 속에
고함 한번 지르고 온 바닷속에
그리고 언젠가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 속에
그러니 그 곳에서 내가 가끔 울고 있더라도
나를 불쌍하다 생각하진 말아요
난 빛나고 아팠어 모두 네 덕분이야
- 아주 작은 인연에서도 배울 것을 찾고, 진심과 가식을 구분할 줄 알며,
잘못한 건 반성하고 고치고 나아지는.
그렇다고 마냥 착한 사람은 아니고, 욱하기도 하고, 비굴하기도 하고,
예쁠 때도 있고, 못될 때도 있는 여름이가 부디 당신이었기를.
그래서 마음 안에 늘 살아 숨쉬기를.
보는 내내 생각났던 아이유의 미발표곡 <드라마>
나도 한때는 그이의 손을 잡고 내가 온 세상 주인공이 된 듯
꽃송이의 꽃잎 하나하나까지 모두 날 위해 피어났지
올림픽대로 뚝섬 유원지 서촌 골목골목 예쁜 식당
나를 휘청거리게 만든 주옥같은 대사들
다시 누군가 사랑할 수 있을까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
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힘을 다해 빛나리
언제부턴가 급격하게 단조로 바뀌던 배경 음악
조명이 꺼진 세트장에 혼자 남겨진 나는
단역을 맡은 그냥 평범한 여자 꽃도 하늘도 한강도 거짓말
나의 드라마는 또 이렇게 끝나 나왔는지조차 모르게
끝났는지조차 모르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