얼마 전 니 검진결과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야
아무래도 내 탓이 아닐까, 너무 죄스럽더라고....
아직도 계절이 바뀌고, 바람이 차지면
애처럼 마음이 흔들리는 나를
10년동안 견뎌오다 생긴 병이 아닐까 해...
돌이켜보면 불끈불끈한 니 얼굴
짜증이 아니라 아픈거 참던 표정이었는데
그런 널 붙들고 위로도 안해준다고 투정부린
내가 너무 싫다.
병에 대해 알고 보니 쉽게 볼 병도 아닌데
힘든 와중에도 내 얘길 다 들어줬지.
나는 뭘까?
나는 너한테 욕심만 부리고 있었어.
내 모든걸 알아차려주는 사람이길.
일 더 잘하는 사람이길.
작게는 자전거 잘 타길.
밥풀 흘리지 말길.
열쇠 잃어버리지 않길.
그런데 어느샌가 욕심이 만족을 누르고, 내 눈을 가렸나봐.
힘든 니 표정은 헤아리지 못하고
불평만 늘어놓는 오래된 남자친구가 돼 있던 거야.
미안.. 너무 미안해.
다시 숨을 고르고 지금 생각해보니
난 그냥 니가 건강했으면 좋겠다.
그냥 니가 정말 건강했으면 좋겠다.
내 마음 몰라줘도 되고
자전거 못 타도 되고
밥풀 흘려도 되고
열쇠 잃어버리면, 다시 맞추면 돼.
그래야 같이 토마토 고추장 밥도 먹고
특허품도 개발하고
놀이동산도 또 가지!!
몇일 전 새벽 TV에 나온 우리 모습을 밤새 돌려본 적 있어.
거기에 있는 니가 너무 귀여워서
날 바라보는 표정이 오래 전 그때와 다르지 않아서
그렇게 한결같은 니가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고
나도 너를 닮고 싶어!
하지만 부담 갖지마.
복잡하게 생각하지도 말구
사람들 신경 쓰지도 마.
서로 무언가에 엉켜서 기우뚱거리며
어디론가 휩쓸려 가는게 아닌
오직 마음과 마음이 통해
한 곳으로 흘러가길 바랄뿐이야.
그렇게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다.
익숙한 동네에서,
오랫동안
함께
아주 천천히...
2013년 맑은 날, 너의 종 정치오빠가
- 조정치가 정인에게 쓴 편지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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